[안동 하회마을] 북촌댁 숙박 후기

북촌댁은 집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어진 지 244년이 되는 하회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대부집이다. 서울에서 궁궐을 제외하고 이렇게 큰 규모의 개인 한옥집은 처음 본 것 같다. 예전에는 하회마을 관광객에게도 개방하여 북촌댁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관광객의 담배꽁초 투기로 불이 났던 적이 있어서 이제는 숙박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개방을 하시는 것 같았다. 아래는 북촌댁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화경당 북촌댁은 류사춘 공이 정조 21년 (1797)에 작은 사랑과 작은 익랑을 처음 건립하였다. 안채, 큰 사랑, 대문간, 사당은 경상도 도사를 지낸 그의 증손 석호 류도성이 철종 13년 (1862)에 건립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1700평 대지위에 안채, 사랑채, 큰 사랑채, 대문간채, 사당 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안동 하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이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여 북촌댁의 주인이신 류이좌 7대손 류세호 할아버지는 이 날 손님은 우리만 예약을 받으셨다고 한다. (감동) 주차는 요로코롬 정문 앞에 하면 되는데, 차 3대 이상은 주차하기가 빡빡할 것 같다. 차 뒤로 보이는 건 화장실인데, 지나가는 행인들도 볼 일을 볼 수 있게 배려한 양반집의 베풂 클래스를 엿볼 수 있으며, 그 당시 막강한 부와 명예를 지닌 가문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북촌댁은 무려 3개의 사랑채가 있는데, (손자, 아버지, 할아버지 용),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언제나 삼가면서 겸손하라는 뜻을 가진 손자가 기거하던 작은 사랑방 수신와 (修身窩)에서 하루를 묵었다. 체크인을 할 때 주인 할아버지께서 혹여나 나무 바닥이 상하지 않도록 캐리어 밑에 놓을 이불을 따로 주셨다. 방안에는 두 명의 이부자리가 가지런하게 마련되어 있었고, 미니 냉장고, 커피포트도 있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있어서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시원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수신와 건너편에는 예전에 곡식 창고였던 곳을 개조해서 만든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사진을 못 남겨서 아쉽지만, 아파트 화장실처럼 아주 깨끗한 신식 화장실이고 수압이 세서 오후 내내 흘렸던 땀을 시원하게 씻어냈다. 앞에 묵었던 고택의 화장실과는 비교 불가하게 쾌적하지만, 만약 겨울에 숙박을 하게 되면 화장실이 밖에 있으니 추위는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주인 할아버지께서 건물 뒤편에 있는 조식 먹는 곳으로 안내해주셨다. 조식 장소의 바깥 풍경이 너무 멋있었다. 매일 먹는 한식이지만, 해외 호텔에서 먹는 Continental Breakfast처럼 한옥에서 자고 일어나 놋그릇에 먹는 한식 조식은 느낌이 색달랐다. 외국인이 오면 너무 좋아할 것 같다. 우리는 조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전날 저녁을 가볍게 먹은 터라 바닥까지 아주 깨끗하게 올 클리어!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가는데 재가 타는 냄새가 나서 보니 아궁이에 불씨가 남아있었다. 무더운 한 여름에도 습기를 제거하고 한옥을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군불을 피우신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주인 할아버지와 함께 북촌댁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요 밑은 아버지가 기거하던 중간 사랑채인 화경당. 화경당의 안쪽은 구경하지 못했는데 현판은 한석봉의 글씨고 원본은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이제 가장 웃어른인 할아버지가 기거하시던 가장 큰 사랑인 북촌유거를 구경할 차례

창문을 열면 동쪽으로 주산과 화산, 북쪽으로는 부용대와 낙동강, 남쪽으로는 남산과 병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그야말로 기가 막힌 뷰 맛집!

한옥이 못 없이 끼워서 만드는 조립식 건물인 건 알고 있었는데, 문을 이렇게 위로 올려서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넓게 쓸 수도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사랑 뒤편으로 하회마을을 감싸고 있는 낙동강 물길처럼 생긴 300년 된 '하회 소나무'가 있다. 집을 지은 후 근처 산에서 가지고 와서 심으셨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휘어진 소나무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

북촌댁은 알쓸신잡 팀, 노무현 대통령, 배용준, 해외 건축가 등등 많은 유명한 분들이 머물고 가셨다고 한다. 200년이 넘은 이 큰 한옥을 먼지 티끌 하나 없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종손인 주인 할아버지께서, 이 한옥을 후대에도 잘 물려주기 위해 국가에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사람 한 명만 붙여달라고 여러 곳에 건의를 하셨다고 하는데 잘 안 받아들여졌다고 하신다. 공적으로 운영되는기관들- 문화재청,관광공사, 경상북도문화재단 등등 이런 곳들에서 이렇게 문화적 큰 가치가 있는 곳을 보존하는데 제발 신경써주시고 도움을 주면 좋겠다.
북촌댁과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는 안채는 장롱, 책, 가마, 옷 등등 옛 물건들이 그대로 보존된 박물관이다.

보통 사람들이 별을 많이 달고 있는 호텔을 찾는 이유는 럭셔리한 호텔 시설과 인테리어뿐 아니라 체크인 순간부터 체크아웃하는 순간까지의 hospitality, 즉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어서이다. 북촌댁에서의 하루는 단순히 한옥에서의 하룻밤 묵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한옥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고 역사를 배울 수 있고, 체크인 순간부터 체크아웃 순간까지 주인 할아버지의 5성급 호텔 수준의 hospitality를 경험할 수 있다.

종손인 주인 할아버지께서 대대로 내려오는 한옥을 정성을 다해 가꾸시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양반의 기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던 여운이 오래가는 숙박이었다. 나중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쯤 다시 오고 싶은,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2021. 08. 04 @안동 하회마을 북촌댁



댓글